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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성남동 / 러시아 알부자 - 알찜은 알의 찜이고 그 정도가 본질이다.먹부림/식당 2018. 11. 5. 16:10
이 가게는 모란역이라는 이름의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중 하나로서 존재하고 있다. 풀어 말하면 이 인근에 무진장 많다 못해 어쩌면 비어져나올 듯한 식당들 중 한 곳이라는 얘기다. 다만 여길 찾게 된 계기가 평소와 다른 다단계로 형성되어온 점에서 특기할만했다.
시초는 내가 강남역에서 술 먹을 약속이 잡히면서 그 근처의 가볼 만한 식당에 대한 추천을 구한 것이었다. 그랬더니 강남역의 모 알찜 가게가 괜찮더라는 추천이 들어왔고, 검색을 해보니 과연 괜찮아 보였기에 장소를 거기로 정하려 했으나, 정작 같이 술 먹기로 한 일행들은 알찜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해서 제치려던 참에, 그럼에도 나는 이미 알찜에 좀 꽂혀버린 데다, 때마침 알찜을 좋아하는 것으로 판명난 사람(=내게 가게를 추천한 사람)도 곁에 있었으므로, 옳지 알찜은 이쪽서 님과 함께 드십시다 하고 빠르게 정할 수 있었는데, 다만 그때 즉흥으로 가기에 강남은 멀었던 관계로, 대신 성남에라도 알찜을 하는 곳이 있을까 싶어 지역을 바꿔 검색을 해본 결과, 어쩌면 강남의 그 가게로부터 뭔가 영향을 받았을 듯한 상호가 눈에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찾아갔다. 거 엄청 장황했네...
사람 있는 쪽에 카메라 들이대는 게 어색해서 초점은 신경을 못 썼다.
매직아이로 보면 보인다.
알찜(2인을 위한 중짜 기준 \27,000).
이름처럼 다른 낙지찜, 해물찜 등에서 명태알과 이리가 메인이 됐다고 보면 될 메뉴다.
사실 이리를 곤이라고 해야 알기 편한데 정식 명칭이 그게 아니라고 하니 조금은 신경을 쓴다.
계란 비빔밥(\2,000).
어차피 공기밥은 별도라 1,000원씩 더 내고 시키는 계란밥이 수지맞는 듯한 기분을 유발한다.
저 노른자는 내가 괜히 파내고 찍었을까 싶은데 설마 처음에 저 상태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알찜은 매운 맛을 요청한 것 치고, 또 동행인이 연신 땀을 흘리며 매워하는 것 치고 내 입에는 안 매운 데다 달큰함이 강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느 해물찜과 비교했을 때 모자란 구석은 없는 무난한 맛이었다. 해물찜이 대개 그렇듯 맵싸하고 달큰하면서 진득한 양념이고, 잘 버무려진 콩나물이 수북하다. 그에 비해 남다른 점은 역시 알과 이리의 비중이었고, 여럿이 모여 해물찜을 먹을 때 특정인이 먼저 가져가면 맛도 못 보는 알을 그나마 여기선 음미할 만큼(실컷까지는 아니다)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다른 찜에 비해 알찜이 뭔가 더 독특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찾자니 여느 해물찜에 들어간 알보다 특별한 점은 없었고, 그런 점으로 보아 순수하게 다른 해물보다 알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찾을 만한 메뉴였다. 말하자면 알탕을 좋아하면 알찜도 좋아할 거다, 정도인 것이지 내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흔치 않은 전문 메뉴라는 점에 혹해 유별남을 미루어볼 필요는 없겠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당시 메뉴에 있는 곤이전도 뭔가 신비롭다는 느낌에 시켜보고 싶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또한 내가 아는 그 이리에 계란옷을 입혀 부친 것을 떠올리면 모양새든 맛이든 짐작이 간다. 짐작이 가니 그것대로 먹어보고 싶어지긴 하는데.
한편 다른 해물찜 집에서 본 기억이 없는 계란밥이 생각보다 알찜 양념과 잘 어울려서(정확히는 양념에 비벼먹는 밥과 계란의 조화라고 보긴 해야겠다) 만족스러웠고, 집에서도 남은 양념에 밥 비빌 일이 생기면 계란을 곁들여봐야겠다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알찜은 불현듯 알이 당기는 날에 골라볼 만한 메뉴고, 성남을 중심으로 찾는다면 알찜 전문점이 흔치 않으니 이곳을 가볼만하다. 또 양이 아주 푸짐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원래 추천 받은 강남의 가게에 비하면 박하지 않고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동행인의 추천이 있었다. 맛도 비슷하단다.
또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오빠랑 함께 갈 데이트 장소로도 괜찮아 보인다. 난 형이랑 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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