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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파 가락동 / 오향가 - 유명한 식당에서는 유명한 걸 먹어야 한다는 교훈.
    먹부림/식당 2018. 11. 30. 06:12

    이날은 내 퇴사일이라 가락동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었던 만큼 메뉴 선정에 고심이 살짝 있었다. 원래는 옆팀 디자이너가 한때 가고 싶어했던 백종원 쌈밥 집을 가려다가 영업을 안 해서 포기, 그 다음으로 가려던 곳은 낙지볶음이 기깔난다는 아귀찜 집이었는데 여기는 대기가 길대서였나 아무튼 그 길을 따라가던 중 포기, 마지막으로 고르게 된 곳이 아귀찜 집 근처이면서 마침 알음알음 정보를 알고 있었던 오향가였다.


    오향가는 가락시장 맛집 내지 경찰병원 맛집을 검색할 때마다 늘 상위에 노출되어 있길래 관심이 가던 식당이다. 주로 취급하는 메뉴는 상호처럼 오향을 앞세운 족발이라는 한편, 식사류로 팔고 있는 짬뽕에 대한 호평도 많다. 족발집에서 짬뽕이라니 메뉴간의 괴리가 느껴지는 건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 둘 다 좋아하는 가운데 굳이 찾아가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짬뽕인 관계로 후자에 흥미가 더 동한 터였다.


    원체 점심 시간에 줄 서는 곳이라고 해서 이쪽도 빠꾸 먹을 각오를 다진 참이었는데, 이미 앞선 빠꾸를 먹어온 통에 점심 시간이 소진돼서였는지 한 10분 정도만을 기다리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기다리며 찍어본 가게 전경. 대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섯 명이 가서 탕수육 대짜에 짬뽕과 볶음밥을 각자 시켰고, 나는 물론 짬뽕이었다. 메뉴에 명시는 안 돼있지만 1,000원을 추가해 곱빼기를 주문할 수 있다기에 곱빼기를 시켰고, 내게 볶음밥을 나눠주기로 한 음악가에게도 곱빼기를 강요했다. 양에 대한 언급을 미리 해두자면 기본적으로 양이 많은 편에 속하고 곱빼기는 정말 많으니 웬만한 식사량이라면 보통으로 충분할 가능성이 높겠다.



    찬으로 깍두기가 나오는데 볶음밥을 시켜서 나오는 건지 원래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 외에 라유가 같이 나오는 게 특이했고, 아마도 탕수육을 찍어 먹으라고 준 게 아닐까 싶다.


    탕수육 대짜(\22,000). 5인 기준으로 대여섯 점 정도씩 맛은 볼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다소 옛스럽게 색이 옅은  소스. 내 취향 상 홀에서 먹는 탕수육이라면 부먹이어도 상관이 없는데, 기본 찍먹으로 제공된다. 그나저나 어디서든 탕수육 소스를 볼 때마다 양에서 낭비가 많다고 느낀다.



    식사류보다 앞서 나온 탕수육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쪽으로 일행들의 의견이 맞아 떨어졌는데, 완전한 무난함을 기준으로 조금이라도 나은지 아닌지를 두고는 의견이 나뉘는 듯했다. 선도가 괜찮은 돼지고기를 갓 튀겨서 먹는 것이니 그만큼의 맛이야 물론 있지만, 굳이 따지면 이정도 탕수육을 내는 홀집은 흔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개인적으로는 요즘 흔한 찹쌀 탕수육처럼 쫀득한 것도 아니고 여느 전분 탕수육처럼 빠삭한 것도 아니면서 폭신한 것에 가까운 튀김옷이 특색은 있다고 느꼈고, 누군가는 소스에서 채소 향(주로 대파 향)이 강한 것을 괜찮은 특색으로 꼽기도 했다. 단 소스 맛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밍밍한 맛이라, 따로 나온 라유와 춘장이 유독 인기 있었지 싶다.


    라유는 그동안 물만두의 소스로만 생각했는데 고기 튀김에도 괜찮았던 것이 나름의 발견이었다.



    탕수육을 다 먹어갈 때쯤 받은 짬뽕(\7,000). 



    짬뽕은 제법 볼륨감 있어 보이는 채소와 해물 건더기 위에, 편으로 썬 돼지고기가 또한 수북하게 올라간 비주얼이 그간 사진으로 봐온 것과 다르지 않았다. 국물의 스타일로 따져봤을 때 개운하게 칼칼한 느낌보다는 구수하면서 달큰한 느낌이 강한 짬뽕으로, 들어간 채소의 양으로 보아 그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단맛이겠거니 여겼다. 국물의 맛이 본디 선호해온 스타일과 다르지만 고기/해물/채소 고명 전반이 너무 오래 끓인 느낌 없이, 각각의 식감과 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양적인 풍성함과 잘 어우러졌기에 우적우적 먹기에 좋았고 만족할 수 있었다.



    일행이 주문한 볶음밥(\7,000). 사진에는 없지만 짜장 소스도 나온다.



    처음 주문할 때부터 짬뽕을 좀 나눠주고 볶음밥을 나눠 받아서 맛이나 좀 볼까 했던 건데, 사진과는 다른 느낌으로 보통이든 곱빼기든 양이 많아서 일행이 남긴 걸 본의 아니게 좀 많이 먹게 됐다. 맛은 딱 보이는 그대로의 맛으로, 간이 좀 삼삼한 걸 빼면 재료 비율도 좋고 고슬고슬하게 잘 볶은 볶음밥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했다고 할까. 다만 역시나 간이 좀 삼삼해서인지 '내가 요새 입이 짜지기는 했나 보다' 라고 에두른 평을 받기도 했고, 나 또한 정말 내 입에 딱 맞는 볶음밥에 비하면 굴소스의 감칠맛이나 간장 태운 향 같은 악센트가 아쉽다고 느꼈다.


    쓰면서 문득 느끼기를, 나는 주 메뉴를 짬뽕으로 시킨 바 그 가격으로서 7천원이 괜찮다고 느낀(들어간 재료를 감안하면 더욱이 불만이 없고) 반면 볶음밥은 무난한 볶음밥인 것 치고 7천원인 것이 어쩌면 메리트를 크게 줄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이 그만큼 넉넉하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누군가에겐 남길 양이기에 '어차피 남길 건데 7천원을 주고 시켜?' 라는 생각이 들 만도 했달까. 이렇게 놓고 보니 볶음밥에 영 만족하지 않던 일행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듯도 아닌 듯도...




    지도를 보니 새삼 이거 먹으러 멀리도 걸어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결과적으로 식사를 마친 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 일행 사이의 중론이었는데(일행 중에도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배가 꺼진 지금의 내 기분 상으로는 그래도 또 가자면 가볼 만한 식당이라는 정도로 괜찮게 먹었다. 단 역시나 인터넷에서의 그 수많은 호평들에 일일이 다 동의를 하겠냐면 그건 아니고, 오래 기다리고라도 감안을 할 정도겠느냐면 그것도 아니니 애매한 감이 남기는 한다.


    아무래도 다른 메뉴에 비해 짬뽕의 만족도가 높은 듯하니 가급적 이를 목적으로 찾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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