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태평동 / 감미옥 - 설렁탕 집은 XXX가 맛있어야 한다더라.먹부림/식당 2019. 1. 30. 17:33
음식점을 논할 때 "A를 하는 집에서는 B가 맛있어야지" 라고 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리라고 보는데, 들어본 경험 상 앞의 A는 말하는 사람마다 메뉴가 바뀔지언정 B는 결국 김치인 경우가 가장 흔했다. 이를테면 순대국 집은 깍두기가 맛있어야지, 또 칼국수 집은 겉절이가 맛있어야지,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내 주제인 설렁탕도 우선 그집 김치가 맛있고 봐야 하는 것으로 통하는 메뉴다.
이에 수긍을 하듯 감미옥은 개인적으로 주 메뉴인 설렁탕보다 김치 때문에 가끔이라도 찾게 되는 집이라 특이한 감이 있다. 사실 집에서 가까운 설렁탕 전문점이 여기밖에 없다는 점과, 24시간 영업을 하다 보니 술에 꼴아서 탄수화물을 갈구하는 생물학적 증상을 겪을 때 찾아가기 몹시 만만하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그러고 보니 맨정신으로 가본 적이 아예 없는 듯하다. 이런 집이 많고 난 술을 끊어야 한다.
설렁탕(\8,000). 값이 오른 것이 크게 체감되는 메뉴다.
이러니 맨정신으로 못 먹지 싶기도.
국물이 더 뽀얗거나 했으면 '우유에 파맛 첵스를 말아봤습니다' 라고 뻥도 쳐봤을 텐데.
신선 설농탕이나 명가원 등이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의 뽀얀 국물에 비하면 집에서 끓인 첫물 육수 같이 약간 투명한 느낌이 있고, 맛도 별달리 농축된 진국 느낌이라기보다는 적당히 사골 향 나는 삼삼한 국물에 가깝다. 특징이라면 가게 초입부터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꼬린내가 국물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불호를 표시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체감 상으로는 '그래 뭐... 이게 사골이지' 하는 정도로 딱히 거슬리지는 않는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나란들 꼬린내가 딱히 더 반갑거나 한 느낌도 없다 보니 전반적으로는 역시 평범, 무난, 그럭저럭이라는 느낌 정도가 남는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사실 설렁탕 자체보다는 아무래도 김치 때문에 찾는 집인데,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안 익은 생김치가 찬으로 나오는 한편 팍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따로 나오고 이 익은 김치 쪽이 내 입에 딱 맞는다. 여느 가게들의 깍두기처럼 쓸데없이 단맛이 나지도 않고, 제법 콤콤함이 느껴질 정도로 삭은 김치라 기분에 따라서는 익은 김치만 달라고 해서 먹고 올 때도 있다. 그러고보면 이 익은 김치 쪽도, 설렁탕 쪽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것 같다는 점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이 동네를 관통하는 마을버스의 정류장 이름도 감미옥인 걸 보아 이 동네에서 터 하나는 확실히 잡혀 있는 곳이다. 사람 그득그득한 건 못 봤지만.
'먹부림 > 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남 이곳저곳 / 근래 성남에서 먹은 짬뽕들 모음. (0) 2018.12.15 송파 가락동 / 오향가 - 유명한 식당에서는 유명한 걸 먹어야 한다는 교훈. (0) 2018.11.30 송파 가락동 / 르메콩 - 내 기준으로 손에 꼽을 만한 베트남 쌀국수. (0) 2018.11.24 성남 성남동 / 러시아 알부자 - 알찜은 알의 찜이고 그 정도가 본질이다. (0) 2018.11.05 성남 태평동 / 수미식당(수미분식?) - 그냥 내 입에 맞아서 찾는 선지해장국. (0) 2018.11.04 댓글